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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394

길 속에서 길 속에서 ㅡ 박진형ㅡ 길은 헐렁한 자루 같다 세상 어딘가에 한쪽 끝이 묶여 있다 가로수가 촘촘히 늘어선 길 옆 초가집은 저녁밥 짓는 실연기를 피워 올리고 하늘은 공손하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길 속에 놓여 있고 새들은 날기를 그만 두었다 일렬로 늘어 선 가로수가 --> 아이 뒤를 줄레줄레 따라 .. 2010. 12. 25.
늦게 온 소포 늦게 온 소포 - 고두현(1963∼ )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 2010. 12. 19.
노 을 노 을 노을이 붉게 물드는 저녁.....잔차를 타다 노을을 카메라에 담았고, 바다 사진과 詩는 知人이 보내온 것과 옮겨 온 것들을 다듬었고 음악도 한곡 구매해 와 편집을 하였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처럼...우린 노을지는 풍광을 보며 모든걸 가볍게 했음한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환한 불빛 만큼이.. 2010. 12. 17.
[시가 있는 아침] 곰 곰 - 이진명(1955∼ ) 동물도감에서 본 곰은 뚱뚱하고 말이 없다 제 덩치만 한 큰 나무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있다 어디서 훑어 왔는지 한 움큼 덩굴을 손에 쥐었다 그 덩굴에 달린 열매들은 제 눈처럼 까맣게 익었다 손 하나는 머리께를 짚고 있는데 무언가 멋쩍은 짓이라도 한 듯한 시늉이다 곰은 바윗.. 2010. 12. 15.
굴렁쇠 굴렁쇠 그가 나를 굴리다 멈추어 선 그 곳에서 바닥에 가만히 누워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면, 나를 앞세워 밀어 주는 그의 사랑에 눈물이 난다. 그가 나를 다시 세워 어느 곳을 향하여 갈까. 나는 그의 누구인지, 그의 가는 길에 앞장서 함께 여행하면 나의 길이 되고 나의 삶이 된다. 2010.12.12. 하기 2010. 12. 12.
시가 있는 아침 전체기사 뉴스 리스트 [시가 있는 아침] 오미자술 수 없다. 차이의 공존을 통해 우리는 간신히 나이면서 너가 된다. 설악산의 정기를 받은 오미자 양과 30도나 되는 불 같은 성미의 막소주 군이 차린 신방이 그렇다. ▶ [시가 있는 아침] 리스트 중앙일보 2010.12.08 (수) 오전 0:08 [시가 있는 아.. 2010. 12. 8.
고도원의 저녘편지ㅡ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최고의 복수로 용서를 택하라는 것은 무조건 잊으라는 뜻이 아니다. 죄 자체를 없던 일로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복수는 증오심을 키우지만 용서는 그 증오심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용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 .. 2010. 12. 6.
시가있는 아침 [시가 있는 아침] 홍 조 이시형 (1949~ ) 내산 형수의 욕은 온 동네가 알아주는 욕이었다. 아침부터 새 샘가에서 쌀을 일다 말고 “저 자라처럼 목이 잘쑥한 위인이 밤새도록 작은마누래 밑구녕을 게 새끼 구럭 드나들 듯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해쌓더니만 새복에 글씨 부엌이서 코피를 한 사.. 2010. 12. 1.
갈 대 갈 대 갈 대 ㅡ김윤현ㅡ 생각이 깊으면 군살도 없어지는 걸까 ㅣ 시평 이 시의 전언을 무식하게 한마디로 요약하면 "단순항 것의 삶을 속으로 다지면 꽃도 수수해지는 걸까 ㅣ 아름다운"쯤이 되려나.왜 무식한가 하면, 의미의 풍요로움이 시 줄기와 잎이 저렇게 같은 빛깔이라면 ㅣ 의 정수인데 이를 .. 2010. 11. 30.
엄원태의 시와함께 ㅡ [황영감의 말뚝론] ㅡ [ 황영감의 말뚝론] ㅡ이대흠 ㅡ 생땅은 말이여 말하자면 처녀진디 그라고 쾅쾅 친다고 박히는 것이 아니여 힘대로 망치질하다간 되레 땅이 썽질 내부러 박혀도 금방 흐물흐물해져불제 박은 듯 안 박은 듯 망치를 살살 다뤄사제 실실 문지르대끼 땅을 달래감서 박어서 땅이 몸을 내주제 그라다 인자 .. 2010. 11. 18.
[엄원태의 시와함께] ㅡ 석류 ㅡ [엄원태의 시와함께] 석류 ㅡ 정하해ㅡ 그를 돌려세운 후 가을볕은 우거지고 그 볕살, 진이 나도록 밟다가 기어이 홍진속으로 퍼드러졌던 끔찍한 날 말없이 지켜보는 그가 수상해 그만 짜개어보는 실수 범하고 말았습니다 천지신명이여! 그를 업신여겨 두 동강낸 죄 저 핏덩이 내부까지 들어간 죄 잠.. 2010. 11. 6.
가을 이야기 가을 - 고은영 - 아련한 기억 먼 그리움 데리고 오는 가을 밤은 만삭의 보름달 어둠 타고 사랑만 고집하는 붉은 가슴 두루두루 인간의 동네에서 정 염을 불태우다가 성황당 고갯마루 잔가지에 걸려 밤새 울음 울어 토해낸 퀭한 무채색 빈속 서글픈 뒷이야기만 소리없이 눈물 흘리며 바람에 쓸쓸하게 서.. 2010. 11. 2.
가을 가 을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 들길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 소리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 2010. 10. 21.
엄원태 의 [시와 함께] ㅡ 제삿날 ㅡ 제삿날 ㅡ이중기ㅡ 꿈에 한번 다녀가라고 통기하듯 쓰고 싶었다 열두 살 아들내미 지켜보는 자리에서 문 바르고 남은 한지에다 간곡하게 적고 싶었다 일곱 번을 썼다가 구겨버리고 해질 무렵에 옆집 가서 노인에게 부탁해서 한 장 써 왔다 첨잔이 무엇이고 축문을 어찌 알았으랴 조율시이 홍동백서 .. 2010. 10. 18.
내가 원하는 것은 시가 있는 아침 내가 원하는 것은 ㅡ사파르디 조코 다모노 (1944~ ) 자신을 재로 태워버릴 불에게 나무가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전할 새가 없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널 사랑하고 싶다 자신을 물방울로 사라져 버리게 하는 비에게 구름이 사랑한다는 표현 한 번 할 새가 없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널 사랑.. 2010. 9. 23.
지금 곧 해야할 일 지금 곧 해야할 일 1. 젊음을 부러워하지 말라. 마음의 질투는 몸까지 병들게 한다. 2. 움켜쥐고 있지 말라. 너무 인색한 중년은 외로울 뿐이다. 돈을 잘 사용해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하라. 3.항상 밝은 생각을 가지라. 중년기의 불안과 초조는 건강을 위협한다. 4.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의존하기 시작하.. 2010. 9. 5.
엄원태의 [시와 함께] ㅡ 山蔘 ㅡ 산 삼 복효근 야생화 모임에서 산엘 갔다네 오늘 주제는 앵초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갑자기 내가 질문을 했네 만약 이러다가 산삼이라도 큰 놈 하나 케게 되면 자네들은 누구 입에 넣어 줄 건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친구 한 놈은 아내를 준단다 또 한 친구는 큰자식에게 준단다 그럼 너는 누구 줄 건.. 2010. 8. 18.
또다시 가야산에서 또 다시 가야산 에서 가래잎나무,물푸레나무.엄나무들의 뿌리 사이 검은 흙들 부드럽다. 물기에젖어 돌을 녹이고,깡통들을 녹여 흙은 스스로를 한없이 넓혀놓는다. 물줄기 곤두박질하는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에 모든 시간들 씻어 보내며 바위에 새겨놓은 이름들과 시들.물과 바람과 어둠과 베에닳아.. 2010.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