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 詩 들394 가을 숲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가을 숲 속에서 [중앙일보] 입력 2011.11.18 00:04 / 수정 2011.11.18 00:08 음나무 Kalopanax septemlobus 가을 숲 속에서 - 김일영(1970~) 나뭇잎들 떨어지는 무게가 아프다 흑백 초상화가 지켜보는 사진틀 밖에서도 어머니는 늘 해녀였다 검은 고무옷이 속살보다 부끄러웠다는 당신.. 2011. 11. 20. 11월의 숲 [시가 있는 아침] 11월의 숲 [중앙일보] 입력 2011.11.17 00:25 / 수정 2011.11.17 00:27 감나무 Diospyros kaki 11월의 숲 - 심재휘 (1963~ ) 가을이 깊어지자 해는 남쪽 길로 돌아가고 북쪽 창문으로는 참나무 숲이 집과 가까워졌다 검은 새들이 집 근처에서 우는 풍경보다 약속으로 가득한 .. 2011. 11. 20. 그 하루 아주 닮았네 그 하루 아주 닮았네 그 여자에게 한창 물오른 애인이 보내준 복숭아 수북수북 담긴 소쿠리가 복숭아가 뭔지도 모르는 마을에 쏟아졌네 사랑은 꼭곡 숨길 수 없는 것이어서 그 여자 이 집 저 집 나풀거리며 복숭아 몇 알씩 골고루 나눠 돌렸네 온 이웃이 복숭아 단물에 흠씬 젖어 .. 2011. 11. 13. 쓸쓸한 시절 쓸쓸한 시절 ㅡ 이장희 ㅡ 어느덧 가을이 깊어 들이든, 뫼이든, 숲이든 모두 파리해 있다 언덕위에 우뚝이 서서 개(犬)가 짓는다 날카롭게 짓는다 비ㅡㄴ 들에 마른잎 태우는 연기 가물게 가물게 떠오른다 그대여 우리들 머리 숙이고 고요히 생각 할 그때가 왔다. 2011.11.4.저녁 heot t.. 2011. 11. 4. 낙엽 [시가 있는 아침] 낙엽[중앙일보] 입력 2011.10.31 00:28 / 수정 2011.10.31 00:28 벚나무 Prunus serrulata var. spontanea 낙엽 - 안경라(1964~) 생각을 비우는 일 눈물까지 다 퍼내어 가벼워지는 일 바람의 손 잡고 한 계절을 그대 심장처럼 붉은 그리움 환하게 꿈꾸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 가을 날 저.. 2011. 11. 1. 11월 [시가 있는 아침] 11 월 [중앙일보] 입력 2011.11.01 00:37 / 수정 2011.11.01 00:46 소나무 Pinus densiflora 11 월 - 김남극(1968~) 거친 사포 같은 가을이 와서 슥슥 내 감각을 갈아놓고 갔다 사포의 표면이 억센 만큼 갈린 면에 보풀이 일었다 그 보풀이 가랭이를 서늘하게 만드는 바람에 스닥일 때.. 2011. 11. 1. 순간의 거울 - 가을 강 [시가있는 아침] 순간의 거울 2 - 가을 강 [중앙일보] 입력 2011.10.21 00:39 / 수정 2011.10.21 00:39 백목련 Magnolia denudata 순간의 거울 2 - 가을 강 - 이가림(1943~) 가랑잎 하나가 화엄사 한 채를 싣고 먼 가람으로 떠난 뒤 서늘한 기러기 울음 후두둑 떨어져 물거울 위를 점자(點字)인 양 구른다.. 2011. 10. 21. 석남사 단풍 [시가있는 아침] 석남사 단풍 단풍나무 Acer palmatum 석남사 단풍 ㅡ 최갑수 (1973 ~ )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 2011. 10. 20. 공판장 [좋은 시를 찾아서] 공판장 [김명이] 시인 1944년 경남 진동産 현재 마산거주 한국시민 문학 협회 고문 시집: 그 사람이 보고싶다. 어선을 따라 새벽 경매장까지 따라온 등대 불빛이 장화에 밟힌다 오가는 자동차 소리, 선원의 웃음소리에 공판장이 바쁘다 단상에 올라선 호루라기 소리에 넙치와 뱀장어 .. 2011. 10. 19. 산등성이 산등성이 고영민 (1968 ~ )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 어찌됐던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大小事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 내 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죄 없 는 방문만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께 매달려 나가시더라 도 날이 밝은 내일 .. 2011. 10. 5. 억새 [억새] 기어이 흔들 양이면 선 채로 흔들어라 나눌 수 없는 아픔 끝내 쓸어내리고 산 아래 구름이 잠시 안부를 묻는 해질녘 기웃대는 마음들이 햇살보다 먼저 와서 산등성 여윈 가지 자투리에 머물고 하얀 꽃 숨은 향기가 솜털마냥 가볍다 불면의 긴 겨울 밤 서로가 불러 주는 으스스, 등 기대어 알아차.. 2011. 10. 2. 도둑맞는 아버지 도둑맞는 아버지 정병근 (1962 ~ ) 자주 도독이 들어서 담장위에 유리 조각도 박고 가게 문과 현관문에도 주름 새시를 쳐놓았다 쳐놓고 보니 감옥이 따로 없다고 돈과 담배를 다 털렸다고 고자질하는 아버지 그러니까, 이까짓 담배 포 그만 접으시고- - - - 그다음 대책이 나는 없지 내야 괘안타 니가 시인.. 2011. 10. 1. 시간의 역산 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시간의 역산(逆算) [중앙일보] 입력 2011.09.24 00:08 / 수정 2011.09.24 00:08 정진홍 논설위원 # ‘267-98’ ‘268-97’ ‘269-96’…. 다이어리 일일 칸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숫자다. 1월 1일부터 셈해서 267일째가 되는 오늘은 12월 31일부터 거꾸로 셈하면 98일이 남은 날짜라는 .. 2011. 9. 25. "당신 말이 맞소"라는 家訓 [ESSAY] "당신 말이 맞소"라는 家訓 ▲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성격 차이로 티격태격하던 부부…별거 직전까지 갔다가 의견 충돌할 때마다 무조건 맞장구치며 화목 찾아 그걸 가훈으로 정했다는 얘기에 자수성가한 아버지가 써주신가훈 ‘初志一貫’ 생각나. 나는 왜 아버지를 닮지.. 2011. 9. 20. 센 놈 [ 센 놈 ] 104 [ 센 놈 ] 이진수(1952 ~ ) 비얌이 우예 센지 아나 내사마 모르겠다 우예 센 긴데 그라모 그기 껍데기가 진짜가 참말 모르나 그 놈이 센 거를 시상 새로 나온 비얌이 진짜가 껍데기를 벗기 때문인기라 문디 시방 내를 바보로 아나 문디 자슥 껍데기 벗는거 하고 그기야 당연지사 .. 2011. 9. 18. box 1 ( 노점상 국수 한 그릇 ) 노점상 국수 한 그릇 [노점상 국수 한 그릇] ㅡ 박 언지 시인 사는 것이 힘들면 재래시장 한 귀퉁이에서 말아주는 잔치국수 한 그릇 먹어 보자 아주 작은 공간에 엉덩이 하나 붙이고 보자기 덮어씌운 다싯물 동에서 국물 한 바가지 국수 한 주먹에 고명으로 김치, 부추나물, 단무지 .. 2011. 8. 2. 시가 있는아침 [쓸쓸한 낙서] 시가있는 아침 쓸쓸한 낙서 - 복효근(1962~ )- 철거지역 담벼락에 휘갈겨 쓴 붉은 스프레이 글씨, SEX 저것을 번역한다면 ‘사랑’이거나 ‘씹할’ 정도가 아닐까 분노와 욕망이 함께 거주하는 저 덜렁 벽 하나뿐인 집 버티고 선 포크레인 그리고 도심의 휘황한 불빛 앞에서 피 흘리듯 흘림체의 저 SEX는 .. 2011. 7. 23. 때로는 쉬어가라 때로는 쉬어가라 인생에서 온몸이 산산이 부서질 만큼 깊은 바닥이란 많지 않다. 잠시 쉬어라. 다시 밧줄을 잡고 밖으로 나갈 만큼 기운을 차릴 때까지. 충분히 밖으로 나갈 힘을 모았다고 생각하거든, 그 때 다시 밧줄을 잡고 오르기 시작하라. 포기란 항상 비겁한 것은 아니다. 실낱같이.. 2011. 6. 25.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