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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詩 들394

좋은 글 [풀 꽃] - 이외수 그대 먼 전생 시간의 깊은 강을 건너고 건너 첩첩산중 외진 길섶 깨알같이 작은 풀꽃으로 피어 계신다고 제가 못 알아볼 줄 아셨습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 비로소 그윽해지는 것 서로에게 그 무엇이 되어주는 것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기쁨으로 다가가는 것 그리하여 .. 2017. 7. 16.
비에도 지지 않고 오늘 오랫만에 [상근]이랑 [대봉]兄이랑 점심 밥을 먹었다. 세상 살아가는 얘기에 이제는 모든걸 내려 놓고 홀가분 하게 살고 싶다고 [봉]이 형이 얘기를 했다.양반의 고향 안동에서 딸과 살고 있는데 오늘은 우리가 보고 싶다고 아침 기차를 타고 와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다가 잠이 잠시.. 2017. 6. 16.
山蔘 [때로는, 나무] ㅡ하 영 / 시인 봄바람에 꽃잎이 날리듯 그렇게 날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아름답게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한없이 속삭여 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고 싶을 때가 있다 한 번쯤은 누구나 그렇게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가지가 한 뼘씩 빛.. 2017. 6. 10.
봄, 소요산<昭搖山> [봄,소요산(昭搖山)] 산수유, 목련. 개나리 차례차례 사방을 비추던 꽃 지고 아기 잎새 손짓하는 연두빛 발광체 잠시 빛났던 나무가 점점 민초록으로 평범해진다 사랑을 앓는 사람처럼 성성 (猩猩)은 숲을 헤매고 현명 해지려는 사람들은 가슴 속에 미곡(迷穀)을 넣고 다닌다 꽃을 빚었던 .. 2017. 5. 27.
비 맞는 아이 [비 맞는 아이] ㅡ 서재환 ( 1961 ~ ) 우산을 쓰고 가다가 문득 만난 비 맞는 아이 그냥 갈까? 같이 받칠까? 둘이 쓰기엔 작은 내 우산 망설인 빗줄기 사이로 멀어져간 아이 생각. 빗발은 더욱 세차고 나는 집에 다 왔는데 그 아인 집에 갔을까 흠뻑 젖어 다 갔을까 그 생각 손톱 밑 가시 내 마.. 2017. 5. 6.
봄이 통! 튀어 오릅니다 봄이 통! 튀어 오릅니다 [대구의 봄은] ㅡ상희구 대구의 봄은 칠성시장에 제일 먼저 찾아온다 중리(中里) 날뫼 쪽서 햇미나리, 정구지가 칠성시장의 봄은 들오고 칠성시장 채소전에서 시작는다 하빈(河賓) 동곡(東谷)서는 시금치, 건대가 배&#44757; 날씨는 들오고 아직 칩은데 경산(慶山) 압.. 2017. 4. 29.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사랑] 짓누르는 거센 힘이 될 줄 모르고 그림자도 없이 서서히 다가온 너를 안는다 말 없는 나를 물이라 부르며 한 마리 물고기처럼 숨어 애인의 깊은 행장에는 뛰는 심장의 바퀴소리 하나로 푸른 수첩에 쓰는 비밀한 기쁨의 기록을 모두 쌓아 두었는데 가슴앓이로 종기 .. 2017. 3. 18.
봄 봄이 오고 있었다. 양지바른 곳에 매실 꽃이 피고 있었다. 타고가던 자전차를 세워 발길을 멈추고 들고있던 사진기 샷다를 눌렀다. 참,아름다웠다. 분명히 봄이 오고 있었다 흐트러져 밉고 추해가던 내 마음도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2017.3.5. K 대 교정에서 하기 [매화가 필 무렵] ㅡ복효.. 2017. 3. 6.
은퇴 후, 뭘 할건가요? [은퇴 후, 뭘 할건가요?] 2017.2,3. 동아일보 게재 [뉴스룸]에 게재된 내용 ㅡ전략 ㅡ 은퇴 후의 생활을 떠 올릴 때 대부분은 돈 걱정을 한다. 당연히 중요한 문제다. 생활비 걱정만 없어도 고민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것이기에....은퇴 후 재 취업하지 않아도 된 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 2017. 2. 12.
[ 正月醬 ] # 이달의 풍경 [ 正月醬 ] 아픈 사람의 낯빛이 꼭 저러하다 잡병이 아니라 오한이나 기침 같은 같은 게 아니라 몸 자체가 달라져버리는 내열 오래 묵은 병환을 몸에 가두고 있을 때 색깔은 비로소 제 피부를 초월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긴 투병을 위해 음력 정월이 온다 달의 공선을 쪼이면.. 2017. 2. 11.
[좋은 사람 근처] [좋은 사람 근처] 삼밭에 쑥대 천성이 클 수 없는 쑥이었기에 삼밭에 섞여 곧게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괴로움 겪었을까 편백나무 사이에 서 있는 소나무 편백 닮지 못하고 생긴 대로 자라는데 지나는 사람에게 수없이 눈총 맞는다 편백처럼 쭉쭉 뻗지 못하면 근처에서 있지나 말 것을 .. 2017. 2. 7.
그거 안 먹으면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 조선일보 오피니언 입력 : 2017.01.23 03:09 [그거 안 먹으면] 아침저녁 한 움큼씩 약을 먹는다 약 먹는 걸 더러 잊는다고 했더니 의사선생은 벌컥 화를 내면서 그게 목숨 걸린 일이란다 꼬박꼬박 챙기며 깜박 잊으며 약에 걸린 목숨이 하릴없이 늙는다 약 먹는 일.. 2017. 1. 21.
아픈 삶을 관통하는 날선 질문이 바로 시(詩)다. [아픈 삶을 관통하는 날선 질문이 바로 시(詩)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말한다.마음에 드는 시집을 골라 친구와 연인에게 선물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를 읽는다는 건 어색한 일이 되고 말았다. 팍팍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아프고 쓰린 마음을 시에서 위로받을 법도 한.. 2016. 9. 16.
터미널 [터미널] ― 이홍섭(1965∼ )   젊은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시곤 했다 강원도 하고도 벽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번뿐인데 아버지는 늘 버스가 시동을 걸 때세워놓고는 어디 가시지 말라고, 꼭 이 자리에 서 계시라고 당부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담.. 2016. 7. 16.
[시가 있는 아침] 두개의 우산 두 개의 우산 - 고이케 마사요(1959~ ) 큰 우산과 작은 우산 두 개가 주인을 기다리며 나란히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다 작은 우산을 가진 아이가 커서 큰 우산은 가지겠지만 작은 우산이 커서 큰 우산이 되지는 않는다 나중에는 사람에게서 방치되어 가는 물건의 슬픔 이윽고 물건에서 벗.. 2016. 6. 21.
[가슴으로 읽는 시] 써레 [가슴으로 읽는 시] 써레 조선일보 입력 : 2016.06.06 03:00 써레 여름은 일 없이 이곳 과수원집에 와서 꽁짜로 복송도 얻어먹고 물외순이나 집어주고 지낸다 아궁이 재를 퍼서 잿간에 갈 때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잿간 구석에 처박힌 이 빠진 써레에 눈길이 가곤 했다 듬성듬성 시연찮은.. 2016. 6. 7.
얼굴 이불 얼굴 이불 쌈지공원 벤치에 길게 누운 누굴까 추락 탈선 화재 충돌 - - - 아우성치는 신문을 덮고는 코나팔 불어가면서 쏴다니는 단잠세상은 어딜까 코나팔 곡조 맞춰 얼굴이불도 들썩거린다 옆자리 할머니들도 손 마스크 하며 웃고 유모차 내린 아기도 까치발로 걷는데 난데없는 우레 번.. 2016. 5. 21.
꽃넋 꽃넋 해마다 좋은 계절 윤회하듯 돌아오고 꽃 포기는 새로 돋아 옛 정신을 되살렸지. 그 어디서 번뇌의 뿌리가 돌아왔을까? 전생에 맺은 꽃 나라 인연을 아직 끝내지 못했네. 한(恨)은 몰래 두견새 울음에 스며들고 몸은 나비의 꿈속으로 변신해 들어갔네. 황혼녘에 돋아 오른 밝은 달빛 .. 2016. 5. 21.